토종 아동복의 '진돗개 경영'…해외 명품 브랜드 콧대 눌렀다

입력 2022-05-23 17:19   수정 2022-05-24 00:46

한국의 아동복 시장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사랑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티셔츠 한 장이 수십만원에 달해도 가슴에 명품 로고가 붙으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저출산으로 아동복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와중에 해외 명품의 거센 공세까지 견디고 국내 기업이 1등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내 아동복업계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는 곳은 ‘토종’ 서양네트웍스다. 원단과 소재, 기능 등 옷의 본질에 집중한 고집이 ‘충성 소비자’ 확보로 이어져 거둔 성과라는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입혀 보면 다르다” 입소문
서양네트웍스는 블루독, 밍크뮤, 래핑차일드 같은 아동복 브랜드를 판매한다. 지난해 1984년 창사(당시 서양물산) 이후 최대 매출을 냈다. 2021년 매출이 2159억원으로 전년(1758억원) 대비 22.8% 증가했다. 아동복 전문 브랜드 중 1위다.

박연 서양네트웍스 사장(58·사진)은 이에 대해 “호실적을 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23일 설명했다. 디올, 버버리, 겐조 등 해외 명품 브랜드가 국내 아동복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이 고급 브랜드 판권을 사 오기 위한 출혈경쟁으로 치달을수록 본질에 더 집중했다. 피부가 민감한 아이들이 입는 옷인 만큼 원단에 공을 들였다. 유해 물질을 철저히 배제한 것은 물론 자극을 줄이기 위해 마감 처리도 꼼꼼하게 신경썼다.

첨단 소재 업체와 협업해 성인 아웃도어 브랜드 등에서 활용하는 발수, 흡한속건 등 기능성 신소재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노력에 ‘서양네트웍스 제품은 입혀 보면 다르다’는 입소문이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먼저 났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엄마들에겐 ‘착한 패딩’을 생산하는 업체로도 이름을 알렸다. 살아있는 동물의 털을 뽑는 등 비윤리적 동물 학대를 하지 않고 만든 패딩을 지난해 아동복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선보인 게 계기가 됐다.
적당량 생산해 제값 받고 팔아
그의 이 같은 경영 전략은 패션업계에서 ‘진돗개 경영’으로 불린다. 오직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진돗개처럼 소비자만 바라보며 품질로만 경쟁한다는 의미다.

박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 후 ‘옷의 본질’ 외에 가장 많이 신경쓴 건 재고 관리다. 재고가 많으면 필연적으로 할인 판매가 뒤따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해서다. 아무리 ‘브랜드보다 중요한 게 품질’이 지론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브랜드가 훼손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박 사장은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겠다는 생각을 지웠다”며 “질 좋은 제품을 적당량만 생산해 제값 받고 판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재고가 줄고 상품 회전율이 높아지자, 신상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고 수익성이 좋아졌다. 서양네트웍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년(16억원)보다 약 일곱 배로 늘었다.
동남아 시장 적극 공략
서양네트웍스의 올해 목표는 온라인 시장 공략과 해외 시장 진출이다. 이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로드숍 진출도 꺼리고, 백화점 입점 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 공략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는 일상이 됐다”며 “최근 새롭게 개편한 자사몰 ‘룩스루’를 중심으로 현재 10% 수준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몰 T몰 입점을 시작으로 올해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출산율이 높으면서도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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